때는 2017년. 이탈리아 대학원에서의 교환학기를 마친 뒤 그대로 귀국하기 아쉬운 마음에 스페인을 들렀다.
여행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스페인답게 인상적인 문화와 장소가 상당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대성당의 그 형이상학적인 건축미를 잊을 수 없다.
내 평생 건물에 반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를 머물며 도시 곳곳에 남아 있던 가우디 건축물 답사 재미에 빠졌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론이 길었다.
볼리비아 코차밤바 주 안에 Laguna Corani 근처에서 매우 독특한 외관을 띈 하얀색의 작은 건축물 하나를 발견했다. 코차밤바 외딴 시골에 마치 바르셀로나 길모퉁이에서 볼 법 직한 가우디 건축물 느낌이 진하게 묻은 형태였다.
방치되어 내버려진채 있어, 누구라도 안을 구경할 수 있다.
건물 유래가 너무 궁금했다. 옆에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딸 아이를 극진히 사랑하는 아버지가 짓던 하얀 집이었단다. 그런데 건축 도중에 딸이 어떤 연유로 사망했다. 비통에 잠긴 아버지는 그렇게 건축을 중단했다고 수 년간 방치되게 된 것이란다.
스페인 사그라다 대성당도 미완성이고, 코차밤바의 이 건물도 미완성인 채 남아있다.
이 세상엔 참 변수가 많다.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 수많은 변수로 꼬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우디도 그랬고 한 딸아이의 아버지도 그랬고. 만약 이 건물이 완성됐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완성되지 않았기에 우리 기억에 더 오래 잔존하는 것일까?
미완의 미학적인 건축물들에게서만 받는 뭔가가 분명 있다.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뭔가가 있다.
2023.04.11 - [여행 에세이/볼리비아 코차밤바] - 프롤로그 :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라마를 보다
프롤로그 :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라마를 보다
[여행 에세이 작업 초안] 나는 여행을 좋아해. 여행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내 삶의 자산이 되니깐. 누가 그러던데 "여행은 길 위의 학교"라고. 돌이켜보면 해외에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싶어서
mightymouse.tistory.com
'여행 에세이 > 볼리비아 코차밤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18] 코차밤바 산타테레사 수녀원 박물관 (0) | 2023.05.07 |
---|---|
[Ep16] 볼리비아 공중전과 수상전 : 사카바 패러글라이딩 & 투나리 레프팅 (0) | 2023.05.03 |
[Ep15] 고독한 미식가 여행 - 볼리비아 코차밤바 콜로미 & 미즈케 (0) | 2023.04.30 |
[Ep14] 코차밤바 산 시몬 대학교 캠퍼스 방문기 (0) | 2023.04.29 |
[Ep17] 볼리비아 코차밤바 토로토로 국립공원 | Torotoro National Park | Parque Nacional Torotoro (0) | 2023.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