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미국인 목사님의 눈물 : 자식 잃은 상실 앞에서의 믿음
코차밤바 국제 교회 방문 첫날 목사님은 여러모로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사님께서 눈물을 보이시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목사님은 설교 도중 여러 번 흐느끼셨다. 사정은 이랬다.
미국 고향으로 돌아가 잠시 친지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아들이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비보를 전해듣고 부랴부랴 며칠 전 미국에 장례 예배를 치르러 다녀오셨단다. 상황이 매우 급박했단다. 지난 일요일에 미국 플로리다 해변에서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던 아들이 병명도 모른채 입원하였다. 병원에서는 목사님에게 아들이 곧 사망할 것 같다고 전달했고 그렇게 목사님은 볼리비아에서 미국으로 황급히 갔다 오셨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아들이 머문 기간은 고작 이틀뿐이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다시 코차밤바로 돌아온 첫 주일이 바로, 내가 이 교회를 처음 방문한 날이었다.
아직 아들의 온기가 아버지 손에 머물고 있으리라.
설교하는 목사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는 것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목사님은 "왜 하필이면 제 아들을 대려가셨나요? 라고 하나님께 따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펑펑 울면서 "아들을 먼저 주님 곁으로 보낸 목사로서, 앞으로 '어떻게' 주님과 주변의 아픈 이웃들을 잘 섬기면 될까요?"라며 기도하며 여쭈었단다.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 모든 고통 가운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아픔이 가장 크다."
목사님은 아들내미 장례기간동안 운 것이 평생 운 것보다 더 많이 우셨다고 했다.
설교를 마치고 목사님은 이렇게 기도를 하셨다. "제가 한 아이의 아빠이기 전에 예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셔서 매우 슬프지만 감사합니다."
설교 듣는내내 나와, 내 옆과, 교회 공동체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다.
2023.04.11 - [여행 에세이/볼리비아 코차밤바] - 프롤로그 :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라마를 보다
프롤로그 :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라마를 보다
[여행 에세이 작업 초안] 나는 여행을 좋아해. 여행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내 삶의 자산이 되니깐. 누가 그러던데 "여행은 길 위의 학교"라고. 돌이켜보면 해외에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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