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ll live within the vast Indra's Net of the Earth."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거대한 인드라망(Indra's Net) 속에 살고 있다.
이 한 문장이 내 삶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지, 10년 전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학부시절 생물학(교직이수)을 전공한 내게 지구 '환경(environment)'이라는 단어는 내게 그저 교과서 속 무미건조한 개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찾아온 전환점 - 군대를 전역하고 미래 진로를 고민할 때 과거의 기록을 들췄다. 대학교 학부생활 가운데 일부를 식물분류와 해양조류 그리고 작물생리(crop physiology) 연구실 보조 생활을 거치며 어깨너머로 배운 몇몇 생물학 용어를 구글링 하니 연관 검색어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 생물다양성 (biodiversity), 사막화(desertification)와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환경에 1도 관심 없던 나는 학부 전공과 외국어를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던, (국제) 환경 분야를 탐색해갔다. 입에 풀칠하기 위한 커리어적 수단으로 삼으려면? 일단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 환경 지식 전반에 대해 일단 한번 훑고 그 후 방안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환경'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고 방향을 정한 순간 딱 두 가지에 집중했다. 관련 기본 소양이 조금이라도 있어 보일 수 있는 독서가 그 첫째, 둘째는 대학원 자기소개서 분량을 채우기 위한 유관 경험이다.
독서하자. 환경이 뭐지?
궁금증이 생기면 방문하는 나만의 핫플레이스 - 마을 도서관을 방문했다 도서검색대에서 '환경'을 검색하니 <그린 멘토 미래의 나를 만나다 (에코주니어/출판 뜨인돌)>라는 책이 상단에 떴다. 무려 10여 년 전인 2014년의 일이다. 앞서 선배들의 말에서 힌트를 얻기로 한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호기심에 펼쳐본 페이지들 속에는 환경을 위해 참 열심인 사람들, 소위 그린멘토들이 각자 영역에서 분주히 활동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첫 번째 이정표가 되었다. MBC 다큐 아마존의 눈물을 연출한 김진만 PD는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를 인정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렇게 이타적인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 속에서 만난 멘토들, 특히 당시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최재천 교수의 말 뇌리에 꽂혔다. 어쩌면 내가 생물학 전공자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좋은 과학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통섭형 인재이지요. 그러니 개인적인 성공에만 매달리지 말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를 위한 의미 있는 일에도 뛰어들 줄 알아야 합니다. 생물학은 무엇보다도 생명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니 현상에 대한 분석도 탁월해야 하지만, 분석한 내용들을 종합하면서 결론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도 갖춰야 합니다.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통섭형 생물학자가 자기 분야에만 똑똑한 생물학자보다 훨씬 훌륭한 생물학자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내게 생물학(biology)은 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한 일개 학문에 불과했다. 학부시절 몇몇 연구실을 거치면서도, "무슨 유익함이 있어 교수와 선배들은 벌과 해파리에 쏘이면서도 산과 바다로 다니시나.." 싶었다. 교수님과 안면 터 시험 성적 잘 받고 랩(lab) 활동으로 한 달 용돈을 벌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 과학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통섭형 인재"라며 생물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닌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니. 최재천 교수가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기에 국제기구에서 활동 중인 이종현 청년 국제활동가의 이야기는 불을 지폈다. 그는 스스로 "특별히 환경에만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에요. 다만 어려서부터 자연을 벗 삼아 공부하고 운동하는 시간이 많았어요."라고 했다. 공부보다는 경험을 우선시한 그의 행보에 어쩌면 나도 가능?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등생과 거리가 멀었지만 다양한 친구들을 두루두루 사귀었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어요. 개인보단 '우리'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봉사활동도 많이 했고요."
환경 분야에는 이렇게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인물들이 꽤 있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종현 씨(당시 청년)의 포부가 멋있어 보였다. 살포시 숟가락을 얹고 싶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환경대학원에 진학했고, 짧게나마 국제기구에 몸 담았으며, 그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프리랜서로서 글 쓰고 있다. 나는 대학원 재학시절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환경'을 만났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사막화 같은 거대한 과제들이 더 이상 교과서 속 단어가 아닌,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다.
환경분야의 국제기구/개발협력에서의 경험은 내게 또 다른 차원의 시야를 열어주었다. 지구촌 곳곳의 환경 문제를 직접 목도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는 우리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감했다. 한 지역의 작은 변화가 지구 반대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시 우리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 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더 큰 변화를 꿈꾼다. 이제 나는 안다. 환경을 지키는 것이 단순히 나무와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그리고 잠시 표,,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거대한 인드라망(Indra's Net) 속에 살고 있다. 이 깨달음이 내 삶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지, 10년 전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린 멘토 미래의 나를 만나다>라는 책에서 만난 18인의 멘토들. 그들 중 누군가는 내 직장 상사인 분도 있고, 업무와 학업을 통해 안면을 튼 분도 있다. 내가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처럼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조언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린 멘토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환희보다는 아쉬움과 후회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며, 2024년을 기점으로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마치 스스로에게 내린 유배와도 같은 이 시간, 나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환경 분야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내 10년의 여정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학원에 진학했는지, 어떤 공부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실무 경험을 쌓았는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행동이 이 거대한 인드라망 속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모른다. 환경을 위한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여정 자체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나는 직접 경험했다. 높은 이상에 부딪혀 때로는 좌절하고 낙심했지만, 그 모든 순간의 경험 덕에 아직 숨 쉬고 있다.
여러분도 이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매듭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마치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이 연결 속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함께 지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유배를 당한 관료들이 인생 역작을 남겼더랬지 (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호, 홍문관의 유희춘, 허준, 고려 말의 정도전 등)
지식인이 세상에 전하려고 책을 펴내는 일은 한 사람만이라도 그 책의 값어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해서다. 나머지 욕하는 사람들이야 신경쓸 것 없다. 만약 내 책을 정말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너희들은 그가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버지처럼 섬기고, 설령 적대시하던 사람이라도 그와 결의형제를 맺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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